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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봉 신

봉 신 방

[TM]무림 라이더
http://club.ipop.co.kr/murimrider

대본 : 모카 / 오프닝 : 박무영
싱크 : 인투

폭군이 요괴들을 거느리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니

인간 세상에는 견딜수 없는
원망만이 쌓여간다

모든 것이 이 세상에
마도가 성행하기 때문이니

하늘도 노여워 하는구나

마음 모아 고락을
함께 하니

나타는 뇌정벽력도
두렵지 않고

죽음을 무릅쓰며 마도를 몰아내고

액운을 없앤다

이 생명이 다하는 한이 있어도
그대가 영생을 얻기를 바라노니

그 효심과 의리가
하늘과 땅을 놀래킨다

나를 아끼고 사랑함에
어떠한 사심도 없으니

이렇게 만나게 된것도
인연이라 하겠다

내생에 다시 만나도
그 사랑을 지속하기는 어려우나

그 효심과 의리는
영원히 마음속에 살아있도다

봉 신 방

제 16 집

아버지가 들라셨어요

양전도 남들보다
나은 것이 있어요

아가씨

안아, 아버지를 더 화나게
하지 말거라

나은 것이 뭐가 있느냐?

양전이 이미 말했어요

첫째, 진실한 마음이예요

그리고, 둘째도 셋째도
진실한 마음이예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양가집 규수가 어찌!

아버지, 여자가 바라는 것은
진실한 한 사람이예요

고관대작이나 돈 냄새, 글재주를
뽐내는 사람이 아니구요

옛부터 혼인은 부모가 정했다
이 혼사는 이미 바꿀 수 없어

아버지께서 저를 가두시고부터
저는 쌀 한 톨 먹지 않았어요

또 가두셔도 먹지 않을테니
제 시신을 가마에 태우시죠

네가..

아가씨

나으리

우리 가문을 네가 더럽혔다

우리 집안에 너같은 것을
둘 수 없으니

강공자에게 시집가든지
아니면 당장 나가거라

- 나으리, 안됩니다
- 아버지

자식 하나 없는 셈 치지

아비로써 한 마디 더 하마

너는 줄곧 집안에서
고생이라곤 모르고 자랐다

네가 이 문을 나가게되면
며칠되지 않아 후회할 게다

- 안된다, 안아, 안돼
- 아가씨

어머니, 불효녀를 용서하세요

아버지, 부디 건강하세요

오냐, 그 마음이 밥을 먹여줄지
내 두 눈 뜨고 지켜보마

밖에서 내 딸이라 하지 말고
밥을 얻어도 내 눈에 띄지 마라

아버지

나가

안된다

누님

아가씨, 가지 마세요

안아, 안된다

아가씨, 객잔은 비싸니까
여기서 아주머니, 연화와 지내요

저는 사당에 가면 돼요

그럴 수 없어요. 사당에는
침상도 없는데..

저같은 놈은 누울 자리만
있으면 잘 수 있어요

미안해요

그런 말씀 마세요. 아가씨도
절 위해 나으리와 맞셨잖아요

도우려던 거였는데
오히려 폐를 끼치네요

제 걱정은 마세요

저는요, 일이 없어도
사냥을 하면 먹고 살아요

산더미처럼 잡아야겠네요

맞아, 좀 많이 먹어야지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일해라

그렇지, 아주머니 앉으세요
저는 물을 길어와야겠어요

- 좀 먹어라
-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순하기만 해서
이렇게 고집이 있을 줄 몰랐다

아버지 억지에 나오기는 했는데
화가 많이 나셨을 거예요

걱정할 것 없다
화가 풀리면 괜찮아질거야

나도 어미라 잘 알지
하룻밤이면 풀릴 거야

맞아요, 여기서 편히 지내요

이 정도면 아가씨 쓰기에
충분하겠죠

잊은 게 있구나

옷, 신발 다 샀는데요

나타에게 피울 향이 떨어졌다

아, 그럼 얼른 사야죠

무슨 일일까요?

가서 무릎꿇자

고개 숙여

얘야, 괜찮으냐?

- 괜찮습니다
- 일어나거라

- 얘, 별일 없지?
- 네

- 다친데는?
- 없어요

얘야,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 길이었더냐?

나타사당에 가는 길이었어요

나타?

나타를 모시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오?

나으리는 나타를 모르십니까?

아주 신통해서 아이들이
절을 하면 똑똑해져요

나타는 총명하고, 무엇보다
효성이 지극하지요

맞아요, 나타사당에 가는
아이들이 아주 많아요

누가 사당을 관리하나?

은 아주머니요

지금 어디 있어?

저기 있어요

아까 저기 있는 걸 봤는데..

쫓아라!

그만 둬라

나타가 죽은 그 날, 다 끝났고
더 물을 것도 없다

대왕께서 더욱 중요한 일을
맡기셨으니 더 지체말고

묵을 곳을 찾아 정하고
가던 길을 간다, 가자

무슨 일이세요?

걱정 있으세요?

없어, 이미 오래 전 일인데
그 여자를 찾아봤자 소용없어

그 두 여자를 찾으면 좋겠어요
안되면 하나라도..

뭐라고 중얼대는 게야?
자.. 이거나 해 줘

몇 마디 했다고
시끄럽다는 거예요?

아직도 서투르군, 내가 하지

그래요, 나는 서두르고
그 여자는 잘 하죠

가서 그 여자나 찾아봐요

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 여자 얘기는 왜 꺼내나?

당신 눈을 보면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 아이가 은십낭이라고 할 때
어떤 표정이었는지 알아요?

표정은 무슨? 평소와 같지

그래요, 평소와 같죠
입으로 아니라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 여자가 부인이잖아요

쓸데없이.. 얼른 가서
백옥구룡정이나 가져와

그건 왜요?

황비호에게 주려고 그래

친구 사이에, 서기까지 왔으니
가서 만나봐야지

당신, 솔직히 말해봐요
그 여자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비파, 다시 한번 말하지
그 놈이 몹쓸 짓을 한 후

그 놈과의 인연은 끝났어
나한테는 당신 뿐이라구

정말요?

내가 언제 거짓말하던가?

삼대의 인연이면 한 배를 타고
천년의 인연이면 부부가 되니

이정은 이제 다시는 십낭을
만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을 끊었다 하면서도
여전히 미련은 남으니..

그 분, 참 좋은 분이세요

맞아요, 우리 마누라도
자주 거기 가서 지내요

서기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을 아는 모양이군

그 분이 워낙 좋으세요
다른 사당과는 달리

우리에게 해몽을 해주고도
돈도 안 받으시는 걸요

맞아요, 전에 애가 아플 때도
그분이 봐주셔서 나았어요

멈춰라

가지마.. 어디로 갔나..

어디 있어?

가지 마

어디 있니?

- 잡아 봐요
- 집에 가거라, 내일 또 놀자

갈게요

이제 아들을 받아들이는군요

이미 죽은 사람, 뭘 따지겠나

이 큰 사당에 사람도 많이 온다니
이 놈이 그럴만한가?

알아요, 다른 뜻은 없어요

3년간 사람들의 향을 받으면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해서요

구천을 떠돌지는 말아야죠

그도 그렇군. 다음 세상에서는
착한 사람이 되면 좋겠군

성품은 좀 바뀌어야지
그렇게 제멋대로 굴지 않게

자, 차 한잔 드세요

사당이 꽤 좋군

누추하지요

탁탑천왕에 봉해졌다던데
주왕이 당신을 신임하나봐요

조정 일은 꺼내지 마
말하자면 길어

자, 자. 차 드세요

묻어두지 말고 얘기를 해요
조정에 안 좋은 일 있어요?

이제 직언하려는 자가 없어
모두들 아첨 뿐이야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인데

나도 이젠 그만 낙향해야지

그럴 수 있어요? 당신 이마에는
'충의' 두 글자가 새겨져 있는걸요

나라에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전장으로 나가면서 낙향이라니요?

당신이 가장 나를 이해해 주는군

금타는 어때요? 그 여자와는
꽤 오래 되었는데

아버지가 관심을 가져줘요

소용없어

우리 부자는 그런 얘기
안 하는 거 알잖아

좀 나서 봐요, 여자 쪽에서
혼담을 꺼낼 수는 없잖아요

다음 달 5일이면 그 애도
스물 여섯 살이예요

그 나이에 당신은
아버지가 되지 않았어요?

목타는요, 그 아이는 어때요?

금타는 걱정이 없는데
목타는..

비파, 아직 안 잤나?

당신이 안 오는데
어떻게 잠을 자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황대인과 즐거웠나봐요

그럼, 나를 어찌나 반기던지
술 마시며 얘기하다보니

국사에서 민생까지
오래간만에 실컷 얘기했지

아.. 피곤하다

오늘밤은 옆에서 자지 말아요
술 냄새가 지독해!

술도 안 마셨는데
술 냄새라니?

올해 댁이 다 편안하시오

애들 공부는 끈기를 가지시고..

원래 애들은 놀기를 좋아하니

모두 그대로 있어라

내 지나는 길에 들렀으니

- 어쩌면 좋죠?
- 내게 맡겨라

장군님, 이곳을 사당이라
보잘 것이 없으니

점을 보거나 기도하실 것이
아니라면, 돌아가시지요

그럼, 점을 볼까요?

이 점괘는 흉하니 내려놓으시오

계속하시오

이 점괘는 황제의 것이고
황제만이 정통이오

한데 감히 윗분을 해하려하니
잠시 호강한들 얼마나 가겠소?

그러니 제 분수를 알아
남을 괴롭히지 마시오

언젠가 후환이 있을테니
제 무덤을 파는 것이오

왕이란 궁에 있어야 왕이지
일단 궁을 나오면 거지만 못하죠

과거에는 왕이었다 해도
언젠가는 늙어 죽을테니

그 때는 젊고 힘있는 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겠죠

이 많은 향이 가당키나 해요?
조심들 하셔야지

유비파, 그만 둬

왜요? 두려운가요?
이 귀신놀음을 폭로할까봐요?

나타에게 절을 한다니?
이 놈은 귀신만도 못 해

무슨 소리예요?
나타는 의로운 효자예요

맞아요, 태상왕의 제자인데
귀신이라뇨?

효성스럽고 나라를 사랑해서
나쁜 놈들을 무찔렀어요

나쁜 놈을 무찔러? 이 놈이야말로
가장 먼저 죽어야 할 놈이야

민가를 태우고, 용을 죽이고
홍수와 화를 불러왔어

절들 하시지..
너희도 화를 입을 게다

이 군사들은 모두 조가에서 와
나타의 악행을 잘 알지

못 믿겠다면 물어봐

아주머니, 이럴 수 있어요?
이런 자에게 향을 피우라니

맞아요, 초하루와 보름마다
와서 절을 했잖아요

아니에요.. 나타는 잘못을
모두 뉘우쳤다구요

그럼 정말인가 보네

- 긴 말 필요없다, 사당을 부숴라
- 네

어딜 감히!

- 황금상을 부숴라
- 어딜..

안돼요

어딜 나서!

조심해

나타

나타

나타, 얘야, 걱정마라
내가 붙여줄게, 괜찮아

붙여주마, 지금 바로..

덤비시려구요?
이제 내 힘을 아셨겠죠?

우리 어머니를 때렸겠다
그냥 두지 않겠다

나타

나타

얘야

피해

어서 피해라

구해주세요

이 놈이 우리를 죽이려 해요

네 이놈, 멈춰라

저 놈이 미쳤어요

아버지, 이것들이 나빠요

이 짐승같은 놈
죽어서도 분별없이 날뛰는구나

아버지, 안돼요

잡아라

돌아와라

왜 절 가두세요?
풀어주세요, 저는 잘못 없어요

네놈이 본성을 바꾸지 못하니
3년 노력이 헛되었구나

네 어미는 너를 이꼴로
만들어놓았다

아버지는 그럴 자격 없어요

3년간 어머니는 저를 돌보며
아버지를 잊은 적이 없는데

아버지는 뭘 해주셨어요?

저 여우에게 홀려 어머니를
괴롭히기만 하잖아요

늙어 정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 내가 어리석다
그 때 잠시 정에 끌려

너란 놈을 풀어주지 않았다면
오늘 일도 없었을 것이다

원래 우리 가족은 단란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집안이었다

그런데 바로 네놈이 집안을
망쳐놓았으니, 모두 네 탓이다

쓸데없는 짓 마
나의 영기 없이는 열 수 없어

영기를 주세요

그 놈이 생전에 흉폭하더니
죽어서도 마찬가지군

그런 놈을 풀어주면
세상에 해가 될 뿐이야

줄거예요, 말거예요?

나와라

막는 자는 죽는다

- 장군님
- 나으리

돌아와라

30년을 부부로 살았는데
나에게 칼을 들이대?

30년 부부의 정을 봐서
영기를 주세요

좋아, 악귀에 미혹된 자에게
나도 더 할 말이 없다

이제 우리 인연은 끝이다

열려라

- 얘야
- 나타

- 아니, 무슨 일이야?
- 왜 그래요?

분화

얘야, 좀 어떠냐?

어떠냐?

이제 몸이 떠다녀요

곧 사라질 것 같아요

아니다, 그럴 리 없어
문 닫아, 어서 문을 닫아

괜찮다, 괜찮아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래요?

유비파가 황금상을 부쉈어요

3년간 향을 피워야하는데
이제 황금상이 깨졌으니

혼백이 날아가버리겠네

그럴 리 없다. 도장님께서
도와주실 게다. 어서 가거라

우릴 만나러 왔나요?

운중자 도장님은 어디 계셔?

- 산 아래서 연근을 캐고 계세요
- 맞아요

어디서 캐시는데?

우리가 안내할게요, 오세요

괜찮을거야,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안오지?

틀린 것 같아요, 어머니
이미 늦었어요

이녀석, 그런 소리 마라
아무일 없을거야

도장님이 널 구해주실 거야

하늘의 뜻이에요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니야, 아니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
내가 데려올게

아무 일 없을거야

- 문 닫아
- 어서요

어머니, 건강하세요

삼안, 하늘의 장수를 잊지 말고

연화에게 너무 수줍게만
있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건강하세요, 어머니

얘야, 얘야
나타야..

- 분화!
- 나타야

- 나타..
- 얘야

- 진정하세요
- 분화, 돌아와

아주머니, 진정하세요
아주머니..

피곤하겠군, 기대고 좀 자

싫어요, 당신 보고 있을래요
날 속일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언제 속였다고 그래?

황비호와 술 마셨다던 날

내가 속은 줄 알았어요?
다 알아요

그날 어디 갔었는지,
누굴 만났는지 말해볼까요?

장군님, 신기루예요

무슨 소리냐?

열어보아라

이럴수가

화살이 움직이다니..

충전은 헌원제가 만든 것으로
신령한 무기이다

조정에 불충한 자가 있으면
소리를 내지, 혹시..

신기루가 사라졌습니다

충전도 과거 충검처럼
불충을 경계하도록 하는데

혹, 두 미인이 재앙을 부를까?

너무 걱정마세요
벌써 보름이 지났으니

대왕이 조급해하는 틈에
둥구공이 우릴 모함할지 몰라요

- 마가 4장은 듣거라
- 네!

- 모든 어촌을 뒤지거라
- 네, 장군님

한편 나타의 혼백은
바람에 날려 떠돌아다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타는 사방이 하얀 곳에 갇혀

그저 소리를 내지를 뿐이니
혹, 이미 세상으로 윤회하여

다른 어머니의 뱃 속에
잉태된 것일까?

아니면 불효한 죄로 지옥에
떨어져 심판을 기다리는가?

여기가 바로 저승인가?

뭐야?

염라대왕, 나는 무섭지 않으니
어서 모습을 보이거라

으악!

저승은 너무 무서워!

다 됐어요, 드세요

왜 안 드세요? 맛이 없어요?

아니예요, 입맛이 없어요

고생이라곤 모르고
귀하게 자란 아가씨께서

저 같은 것 식사 때문에
일 하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그런 말 말아요
지금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전에 내가 할 일은 세 가지였어요
먹기, 시집가기, 죽기

이제는 하나만 돼요

그게 뭔데요?

날마다 당신 기다리는 거요

드세요

고마워요

드세요

참, 아주머니 쌀이 떨어졌어요
내일 가져가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쌀을 사야겠네요

네, 우리가 모아둔 돈이
쌀값이 되나요?

당신이 사냥하고 내가 천을 짜
번 돈이래야 네 통 값이예요

하지만 당신이
여섯 통을 먹으니..

이것 참 큰일이군요

이러면 어때요?

함께 야채와 고구마를 캐서
밥 한 통을 대신하는 거예요

그러죠

하지만 그래도
한 통이 부족하군요

좋아요, 제가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하죠

아니면 밤에 사냥을 해서
나머지를 채우든지요

이러면 될까요?

그래요

이 시간에 산에서
뭐하는 사람들이오?

사냥하지

모두 사냥하는 거요?

- 그럼 바람쐬러 왔을까?
- 먹고 사는 게 좀 힘들어야지

사냥도 차례를 지켜야지
그게 이 바닥 규칙이야

답답하군, 이 많은 사람이
같이 사냥을 하다니..

난 딴데로 갈테니
당신들이나 규칙대로 하쇼

여기는 아무도 없군

빨리, 빨리
이쪽이다

내 거야, 내가 잡았어

- 이건 내 거야
- 무슨 소리, 내가 잡았어

- 딱 보니까 내가 쏜 거야
- 내가 잡았으니 내거야

- 내 거야
- 내 거..

또 당신들이군요, 아까는
다른 산에 있었잖아요

그 산은 다른 사람들이 왔어
할 수 없이 옮겨왔지, 그렇지?

맞아, 맞아

오늘 사냥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지? 산이 온통 사람이야

오늘은 틀렸으니, 가서 자

아니요, 나는 오늘 꼭 잡을 거예요

뭐예요?
따라다니면 어쩌자는 거요?

각자 사냥하면 되잖아요

이 넓은 산에서 우리야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거지

그럼, 그럼

좋아요, 그럼 돌아가 잘테니
어디 한번 따라와 보시오

아가씨, 저 왔어요

- 사냥 다 했어요?
- 네

보따리가 크네요?
꿩? 아니며 산돼지인가?

꿩이고 돼지고, 오늘밤은
사람이 많아

사냥은 못하고 산 아래서
고구마를 좀 캐 왔어요

고구마?

괜찮아요, 고구마도 좋아요
쪄줄게요

참 이상한 날이에요

낮에도 거리에 사람이 넘치더니
밤에는 다들 사냥을 하다니..

오늘이 동짓날이니
거리에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죠

하지만 밤에 사냥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이상하네요

그러게 말이네요

동짓날이 사냥하는 날도 아니잖아요

됐어요, 신경쓰지 말아요
고구마 쪄줄게요

네, 아가씨. 고마워요

동짓날인데..

맛있는 음식도
못 해드리고 고구마라니..

배 고프지만 않았으면
너 따위는 캐오지도 않았어

양전한테 너무 함부로 마세요

가난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존심은 있겠죠

걱정마, 숙이고 들어오겠지
밥 없이 어떻게 견디겠어?

분수를 모르고 날뛰더니..

고기 들어요, 껍질이 바삭해요

고마워요, 고기가 맛있네요

이럴 리가 없는데..

봤죠? 마누라 고생시킬 거라고
그렇게 무시를 하시더니

좋은 음식 먹여주고 있잖아요
괜히 노발대발했네요

아니야, 사람들을 더 풀어야겠어
얼마나 버티나 보자

들어가 만나보지 않을래요?

좀 더 들어요

아가씨, 잉어가 정말 크죠
따뜻할 때 드세요

식으면 버려져요

그래요.. 여기 편육 좀 들어요

펴, 편육이 뭐지요?

먹기 좋아하는 사람이
편육도 몰라요?

편육은 머리고기예요

얼마나 쫄깃하다구요

어쩐지 이상하게 생겼더라니..

안 먹어요? 그럼 내가 먹지

왜 안 먹어요? 먹을 거예요

대신 이 전복 좀 드세요

좋아요

맛있어요?

아가씨, 고기에 생선에 너무 많으니
남겨뒀다 내일 먹을까요?

오늘은 동짓날이니
어서 많이 들어요

그런 걱정 말구요

그럼 맘껏 먹을게요

아까부터 계속
이 족발이 먹고 싶었어요

- 저 오리는 양보해요
- 알았어요

어때요?

솜씨가 좋군요
얼마나 있소? 가격은 얼마고?

비싸지 않아요, 30문이에요

30문이라..
적당하군요, 좋아요

- 주인장..
- 주인장

- 여기 비단 있어요, 보세요
- 내 것도 좀 보세요

비단이 정말 좋군요

그까짓 건 별거 아니예요
이걸 보세요, 다 고급이에요

정말이군요, 우리 가게 것보다
훨씬 좋은데요

내 걸 보고나서 얘기하세요

주인장, 아까 얘기 끝났잖소
30문이면 싼 가격이라구요

- 이 남자가, 뭐 하는 거야?
- 그러게, 남의 장사 망치고 있어

- 여기 비단 좀 보세요
- 네.. 네..

우리가 먼저 왔잖아요

됐어요, 사내가 아녀자들과
싸울 수는 없어요. 딴 데 가요

좋아요, 30문에 하죠
얼마나 있는지 좀 봅시다

주인장, 제 비단 좀 보세요
25문에 드릴게요

- 25문이요?
- 나는 더 싸게 20문이에요

20문이라구요? 비단이
그렇게 쌀 수 있나?

더 볼 것 없어요
이건 15문이에요

15문?

- 제 비단이 예뻐요
- 보세요, 물건 좋죠?

주인장, 10문으로 하죠

10문이요?

안돼요, 손이 붓도록 만든건데
그 돈이면 약값도 안돼요

이걸 팔지 못하면
쌀을 살 수 없어요

10문으로 해요

정말 10문입니까?
그럼 가장 싼 가격이군요

좋아요, 나는 8문으로 하죠

- 8문?
- 이건 5문이에요

- 나는 돈 필요없어요
- 공짜라구요?

물건 알아보는 분을 만났으니
그냥 드려도 좋지요

그만둬요, 장사하는 곳인데
이제 그만 해둬요

됐어요, 가요

아니, 어떻게 공짜로 줄 수 있죠?

어차피 물건값은 필요없겠죠
다른 사람이 줄테니까

나으리, 마님

어머니, 아버지

누님

안아, 왜 이렇게 늦었니?
아버지랑 널 보러 온 거란다

자네도 참, 서있기만 할 건가?
차라도 한 잔 드리지 않고

네

어머니, 차 드세요

고맙구나

나으리, 차 드시지요

나으리

그만 하세요

정말 딸 하나 없는 셈
치려고 이래요?

안아, 너도 참

이제 됐으니
그만 들어오너라

곧 네 생일이고 해서
데리러 온 거야

나으리

- 그래요, 누님. 돌아가요
- 아가씨, 가시지요

전 여기가 좋아요

좋아? 내 모르는 줄 아느냐?

어려서부터 쓰던 패물들을
다 저당잡혔잖느냐?

옷과 이불도 저당잡힌 판에
이제 겨울이니 곧 얼어죽겠구나

쌀독도 반 밖에 안 찼던데
이 녀석 한 끼 밖에 안 되잖니

그리고, 아궁이에 고구마도 봤다
대체 어찌 지내는 게냐?

어떻게 이렇게 살아?

제발 돌아가자꾸나

눈 가리고 아웅이지
고구마 몇 조각을 두고

무슨 고기네, 전복이네
오리 고기라니, 헛 참!

아버지만 아니었으면
사냥도 하고 천도 팔았겠죠

팔다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고구마에 쌀 반 독만 남기고

어떻게 살겠냐구요?

이제.. 이제 다 알았어요

모두 나으리 짓이었군요

저는 나으리를 존경했는데
이런 분이셨군요

세눈박이 놈, 이제 알았느냐?

아까 아가씨 말씀듣고 알았습니다

어찌 이렇게 멍청할 수 있느냐?

아주 돼지머리를 달았구나

얘야, 이런 놈에게
행복이나 미래가 있겠느냐?

네가 가문에 먹칠을 했으니
어찌 사람들을 대하겠느냐?

나으리,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틀렸냐?
네가 뭘 안다고 나서?

말도 할 줄 모르는 것이 나서긴!

머리만 돼지가 아니라
아예 돼지라고 해라

- 아버지
- 나으리

멍청해도 사는 도리는 압니다
설사 고구마를 먹더라도

스스로 일하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습니다

딸을 억지로 시집보내려고
온갖 교활한 계략을 꾸미는

당신들이나 부끄러운 줄 아시오!

- 어디서 감히!
- 아버지

아직 안 끝났소!

아가씨는 그동안 즐거움없이
그저 세 가지만 알았답니다

먹고, 시집가고, 죽는 일이오

지금은 달라요

하루 일을 마치고
저를 기다려 함께 식사합니다

고구마를 먹어도
우리는 즐거워요

고기고 생선이고 필요없어요

수 십년 살고도
모르시겠습니까!

네깟놈이 뭐길래!

- 놓으세요, 아버지
- 나으리

제가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이놈을 관아로 끌고가!

- 안돼요
- 이것 놔!

- 오냐, 내가 가마
- 아버지, 안돼요

- 누님
- 아버지!

저는 이 사람과 살겠어요

누님..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이 놈과 헤어지지 않겠다면

내게 절연의 맹세를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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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황안은 더 이상
황씨 집안의 자식이 아닙니다

둘째, 부녀의 인연은
오늘로 끊습니다

셋째, 앞으로 일생을
서로 관여하지 않습니다

안된다, 얘야

아가씨

안됩니다, 아가씨